2025년 10월 19일, 글로벌 경제를 뜨겁게 달군 소식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미중 무역 갈등이 정점에 달하던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고, 한국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산업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한미 관세 협상, 상호 이익의 균형점 찾다
이날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던 협상단들이 마침내 합의점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양국은 상호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하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던 무역 긴장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와 철강 제품에 부과하던 고율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고,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규모다. 양국은 향후 5년간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자본 이동을 넘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의미한다. HD현대, 한화오션, LS, 대한항공 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 센터 설립에 나서기로 했다.
상호 관세율은 15%로 조정되었고, 현금 투자는 연간 200억 달러를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협상이 양국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미중 관세 전쟁, 휴전 모드 진입
한편 이날 미중 양국도 무역 분쟁의 일시적 휴전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전화 통화가 성사되었고, 양측은 11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직접 만나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미국으로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기로 했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100% 추가 관세를 90일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를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근본적인 갈등 요인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관세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협상 테이블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국의 9월 수출이 6개월 만에 가장 빠른 증가세를 기록하며 경제 회복세를 과시한 점이 협상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출, 역대 최고 실적 경신
10월 한국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5.4% 증가한 157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호조가 주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AI 혁명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특히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차세대 AI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급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최소 2027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매 분기 30% 이상씩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대만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46% 급증한 5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은 아시아 지역 내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신중론 우세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오는 10월 23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렸다.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3회 연속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4.50%로 유지하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미 금리차 1.50%p는 외환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는 자본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내수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며, 건설투자 부진과 민간소비 위축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스피, 변동성 속 상승세 지속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 상승한 3850선에서 마감했다. 10월 들어 반도체 대장주들이 주도하는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중소형주나 테마주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연말까지 42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반도체 업황 개선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의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단기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회복 모색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2%로 전망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경제 둔화가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는 탈세계화 흐름을 경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경제가 0.8%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며,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정책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일본은 엔화 약세를 활용한 수출 증가로 0.6%의 완만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수 침체와 고령화 문제는 여전히 구조적 난제로 남아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4.1%의 성장률을 목표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2025년 10월 19일은 글로벌 경제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미중 무역 갈등의 일시적 완화는 세계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각국은 새로운 경제 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호재와 내수 부진이라는 악재가 공존하는 이중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수출 주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구조 개혁이 시급한 시점이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 때다. AI와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헬스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함께, 전통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고부가가치화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2025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성 속의 기회 찾기'가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장기적 비전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