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입니다. 한 주를 보내고 다음 주를 준비하는 시간이죠. 창밖을 보니 가을 햇살이 따스합니다. 이런 평화로운 오후지만,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특히 이번 주 나온 카드대출 연체 관련 소식은 우리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편안한 일요일 오후, 커피 한 잔과 함께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충격적인 숫자, 카드대출 연체 1조 5천억
이번 주 가장 충격적이었던 뉴스는 카드대출 연체액이 1조 5천억 원에 육박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8월 말 기준으로 한 달 이상 연체된 카드대출 금액이 1조 4,830억 원이라고 합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더 놀라운 건 증가 속도입니다. 2021년 말만 해도 7,180억 원이었던 연체액이 불과 4년 사이에 두 배로 뛰었습니다. 2022년 8,600억 원, 2023년 9,830억 원, 2024년 1조 940억 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더니, 올해는 8개월 만에 벌써 1조 5천억 원 가까이 도달한 겁니다.
연체율은 더 심각합니다. 2021년 1.9%였던 것이 올해 8월에는 3.3%까지 치솟았습니다. 전체 카드대출 규모는 44조 7,850억 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데, 연체액만 급증했다는 건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왜 카드론으로 몰릴까
문제의 핵심은 은행 대출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DSR 규제를 강화했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라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소득 대비 얼마나 빚을 갚는 데 쓰는지를 따지는 겁니다.
2025년부터는 연소득 5천만 원 이상이면 DSR 40% 규제가 적용됩니다. 연봉 6천만 원이라면 1년에 갚을 수 있는 원리금이 2,400만 원으로 제한되는 거죠. 이렇게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니, 취약 차주들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겁니다.
카드론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습니다. 연 15~20%가 넘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생활비가 부족하고, 다른 빚을 갚아야 하는데, 은행은 문을 닫았으니까요.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가계부채, 세계 최고 수준의 위험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은 지 오래됐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무려 206.5%입니다. 쉽게 말해, 국민들이 1년 동안 벌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두 배 이상 많다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비교해볼까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을 때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0%였습니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높은 상태인데도 아직 버티고 있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소득 대비 빚을 갚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연소득의 7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대출자가 약 3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연봉이 5천만 원인데 3,500만 원을 빚 갚는 데 쓴다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1,500만 원밖에 안 되는 겁니다. 이미 중산층이 아니라 신빈곤층이 된 거죠.
부동산이 만든 빚의 늪
이렇게 가계부채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입니다. 역대 정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빚 내서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을 펼쳤고, 저금리 시대에는 대출받아 집 사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전세대출도 큰 몫을 했습니다. 원래 은행이 취급하지 않던 상품인데,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전세난 해결책으로 도입됐습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대신, 세입자가 대출받아 집주인의 인상 요구에 응하도록 만든 거죠.
전세가율이 2009년 52%에서 2015년 74%까지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은 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IMF도 한국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전셋값 급등을 꼽았을 정도입니다.
소비 위축, 장기 불황의 전조
가계부채가 많다는 건 단순히 빚이 많다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소득의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면 소비할 여력이 없어집니다.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이 떨어지고, 경제가 침체되죠. IMF는 이미 2017년에 경고했습니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GDP 대비 1%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가 GDP 대비 0.06% 감소한다고 분석했죠. 가계부채가 소비를 억제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47.6%로 주요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미국이 67.8%, 일본이 54.2%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죠. 소비가 이렇게 낮으면 내수 경제가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카드사 건전성도 위험
연체가 늘어나면 카드사의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집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3,670억 원으로 연체액이 가장 많고, 이어서 KB국민카드 2,350억 원, 삼성카드 2,100억 원 순입니다. 카드사들은 연체채권을 팔거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이는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건전한 이용자들의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에게 부실채권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취약 차주들이 카드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음 주를 앞두고
내일부터 다시 한 주가 시작됩니다. 다음 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립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동결할지가 주목받고 있죠. 한국투자증권은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를 고려해 2.50%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IMF 총회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세계 경제 전망과 각국의 정책 방향이 논의되면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변수입니다. 국정감사도 본격화됩니다. 경제 부처들에 대한 감사에서 어떤 이슈들이 터져 나올지 지켜봐야 합니다. 가계부채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개인으로서는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흐름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재무 상태는 관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부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얼마나 빚이 있고, 이자는 얼마나 나가는지, DSR은 몇 퍼센트인지 계산해보세요. 연소득의 40%를 넘어간다면 위험 신호입니다. 고금리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이자가 너무 높으니, 가능하다면 금리가 낮은 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새로운 대출은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당장 급하더라도, 빚으로 빚을 갚는 구조에 빠지면 나오기 어렵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금융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요일 오후의 성찰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경제 뉴스만 보면 답답하고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카드대출 연체 1조 5천억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숫자 뒤에는 생활비가 부족해서, 아이 학원비를 내야 해서, 병원비를 마련해야 해서 카드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이 게을러서, 계획성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계속 올랐고, 집값은 치솟았고, 대출 규제는 강화됐으니까요.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어두운 이야기만 했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취약 차주 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리도 조금씩 내려가고 있고요. 중요한 건 절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한 주도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겁니다. 오늘 일요일 오후,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잡고, 내일을 준비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일요일 저녁 보내시고, 다음 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함께 이겨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