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 브리핑 : 2025년 7월 28일 ~ 8월 3일 유럽 경제의 역사적 전환점
유럽 경제의 역사적 전환점
2025년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한 주간은 유럽 경제에 있어 역사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미국-EU 간 대규모 무역협정 체결을 필두로 통화정책 전환, 국가별 경제 성과의 명암, 그리고 주요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된 시기였다. 이 기간의 경제 뉴스들은 향후 유럽 경제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신호탄 역할을 했다.
게임체인저가 된 미국-EU 무역협정
7월 28일 발표된 미국-EU 무역협정은 이 주간의 가장 중요한 경제 뉴스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집행위원장이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타결한 이 협정은 세계 양대 경제권 간 무역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협정의 핵심 내용을 보면, EU는 2028년까지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6,00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약속 했다. 대신 당초 30% 위협했던 관세율을 15%로 절반 수준으로 합의했다.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등 대부분 상품에 15% 관세가 적용되지만, 항공기 부품과 일부 화학제품은 관세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Stoxx Europe 600 지수가 4개월래 최고점을 기록했고, 독일 DAX는 0.47%, 프랑스 CAC 40은 0.82% 상승했다.특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40억 유로의 추가 수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에 큰 호재가 됐다.
ECB의 정책 전환과 경제 성장 둔화
ECB의 첫 번째 금리 동결 결정도 이 주간의 핵심 이슈였다. 7월 24일 ECB는 예금금리를 2.00%로 동결하며 2025년 들어 처음으로 연속 금리 인하를 중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예외적으로 불확실한 환경"이라며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발표된 유로존 2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쳐 1분기 0.6%에서 크게 둔화됐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가 각각 -0.1%를 기록한 반면, 스페인은 0.7%의 견고한 성장을 보여 국가별 격차가 뚜렷했다. 인플레이션은 2.0%로 ECB 목표를 달성하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핵심 인플레이션도 2.3%를 기록해 물가 압력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가별 경제 성과의 뚜렷한 명암
스페인이 유럽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2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7%, 연간 2.8% 성장하며 유로존 주요국 중 최고 성장률을 달성했다. 특히 실업률이 10.3%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노동시장 회복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영국은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했다. 8월 7일 영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25%에서 4%로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이는 역사상 최초로 두 번의 투표를 거쳐 5-4의 근소한 차이로 결정된 것이었다. 실업률이 4.7%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임금 증가율이 5%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된 것이 배경이었다.
독일은 관세 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관세율 인하로 40억 유로의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2025년 예산에서 GDP 대비 3.3%의 연방 적자를 편성하며 경기 부양에 나섰다.
기업 실적에서 나타난 희비
이 주간 발표된 주요 기업 실적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Novo Nordisk의 17% 주가 급락이었다.
Wegovy 비만치료제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2025년 매출 성장률을 기존 13-21%에서 8-14%로 대폭 낮춘 것이 원인이었다.
반면 Philips는 10% 상승했다. 미국 관세 영향이 기존 2.5-3억 유로에서 1.5-2억 유로로 완화될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에너지 기업 Shell은 2분기 조정이익 43억 달러로 전분기 56억 달러보다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는 상회했다. 35억 달러 자사주 매입을 통해 15분기 연속 주주 환원 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산업 전환의 가속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 점유율이 15.6%에 달해 전년 동기 12.5%에서 크게 증가했다. 독일이 35.1%, 벨기에가 19.5% 성장을 보이며 유럽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 산업도 주목받았다. EU 칩스 법 추진으로 현재 9%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EU 무역협정에서 반도체 장비가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도 업계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
구조적 과제로 부상한 부동산 문제
유럽 부동산 시장의 공급 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약 960만 호의 주택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임대료 상승 압박이 거세졌다. 헬싱키 14.0%, 파리 12.2%, 뮌헨 11.5% 등 주요 도시 임대료가 두 자릿수 상승하며 서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됐다.
건설 허가는 수요 대비 64% 수준에 그쳐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시장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전환점
천연가스 가격이 8월 초 32.45 EUR/MWh로 전월대비 5.42% 하락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운송 계약 만료를 앞두고 겨울철 공급 불안 우려가 지속됐다. 미국-EU 무역협정의 7,500억 달러 에너지 구매 약속은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 다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무역 구조의 근본적 변화
이 주간은 EU 무역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시작점이었다. 2025년 1분기 무역수지 550억 유로 흑자를 기록한 EU는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관계를 통해 대외 의존도를 조정하게 됐다. 특히 관세 선행수요 효과로 인한 수출 급증이 2분기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것도 주요 변곡점이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이 한 주간의 발전 사항들은 유럽이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적 자립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 전략을 보여줬다. 미국-EU 무역협정은 당분간 관세 부담을 가중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기술 혁신 가속화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국가별 성장 격차 확대, 산업 전환 가속화, 부동산 문제 심화 등은 향후 유럽 경제 정책의 주요 과제로 남게 됐다. 특히 스페인의 성장 모델과 독일의 관세 적응 전략, 영국의 금리 정책 변화는 유럽 전체 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7월 28일-8월 3일 주간은 유럽 경제가 새로운 글로벌 질서에 적응하면서도 내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